폭설에 몸살 앓아온 '얼어붙은 세계'

폭설에 몸살 앓아온 '얼어붙은 세계'
폭설로 인한 세계 사건사고

지난 4일 강타한 서울지역 폭설은 1937년 적설관측 실시 이래 최대 적설량 25.8센티미터를 기록했다. 1969년 1월 28일 25.6센티미터 이후 41년만의 대설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인천은 1973년 12월 22일 30.0센티미터 이후 두번째인 22.3센티미터를 기록했고, 수원은 1981년 1월 1일 21.9센티미터 이후 4번째였다. 

기상청은 지난 2일과 3일 영하 10도 안팎의 한파를 가져온 상층 5킬로미터 위 영하 30도 안팎의 찬공기가 서울 상공에 머무른 상태에서, 중국 중부내륙에서 접근하는 저기압이 서해상을 지나오면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머금고 이동하다 찬공기와 충돌하면서 큰 눈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한국, 특히 서울에 집중된 특별한 적설량이었지만 다행히 큰 사건 사고는 적은 편이었다. 세계는 거의 매년 폭설로 대형 참사를 겪어왔다. 전문가들은 지구환경 파괴에 따른 기후변화를 주요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구랍 19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 등 미 동부지역에 50~60센티미터에 달하는 폭설이 내렸다. 워싱톤 일대의 일일 적설량 최고는 2003년 2월의 69센티미터였다. 

버지니아주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제설작업과 인명구조에 방위군을 긴급투입했다. 워싱턴의 레이건 공항과 델러스 국제공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국제공항 등의 항공편 대부분이 취소돼 하늘길이 묶였다. 

이날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돌아오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헬기대신 자동차를 이용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등 귀국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한파는 제트기류를 타고 유럽을 강타, 섭씨 영하 20도를 기록했다. 20일 폴란드에서는 하루 15명이 사망했고 영하 33도를 기록한 독일에서는 3명이 추위로 숨졌다. 

프랑스는 18일 이후 계속된 폭설로 샤를 드골 국제공항의 일부 항공편 운항을 취소했다.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은 전면 폐쇄됐다. 영국의 1500여개 학교가 문을 닫았고, 영국 북서부 지역 3000여 가구는 전기공급이 끊겨 폭설 공포를 겪었다. 

미국 동부지역과 동유럽의 폭설 및 한파의 주요원인에 대해 기상청은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강하게 발달한 '블락킹(Blocking)'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블락킹은 강한 '저지 고기압'으로 고기압의 서쪽에서는 고온다습한 기류가 북쪽으로 움직여 이상고온을 보이고, 반면 동쪽에서는 북쪽으로 부터 빠르게 남하하는 한기와 함께 저기압이 형성돼 남북간 열과 수증기가 교환되면서 한파와 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블락킹의 발달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제시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더운 해수면 온도 등에 의해 기압계가 정체를 보일 때, 소규모의 요란들이 모여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규모가 큰 고기압을 형성, 약 1주일 정도의 발달과 소멸과정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올해 외에도 한국에서는 90년 1월 31일, 21년만에 폭설을 맞았다. 영동에 1미터, 중부지방 30~40센티미터에 달하는 적설량을 보였다. 이틀동안 내린 눈에 항공기, 여객선 운행이 중단됐으며 어선 대피, 산간마을 고립, 비닐하우스 등 건물 붕괴 등의 눈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공무원의 출근시간이 오전 10시로 1시간 늦춰졌으며, 주요 도로의 교통이 통제됐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1992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는 22년만에 기온이 최저인 0도까지 떨어져 한파를 동반한 2~3미터 적설량의 폭설이 와 셀 수 없는 수의 동사자를 냈다. 방글라데시에도 추위가 계속돼 182명이 동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망자 집계조차 불가능했다. 

1995년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히말라야 산맥에 이어져있는 인도 북부 잠무 카슈미르주에서는 사상 최악의 눈사태와 계속된 폭설로 270여명이 숨졌다. 인도의 고속도로에 있는 길이 2.8킬로미터에 달하는 터널에 약 400여명이 갇히기도 했다. 

같은 해 2월 5일 미국 북동부에 최고 50센티미터에 달하는 폭설이 내렸다. 같은 달 25일에는 프랑스 알프스 산맥지역에 내린 폭설로 관광객 수천명의 발이 묶이고 산사태로 관광객이 숨지기도 했다. 92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알베르빌의 타렌테즈 계곡에는 8채의 산장이 눈사태에 휩쓸려 안에 있던 관광객들이 매몰됐다. 구조대는 이 중 12명을 겨우 구출했다. 이 지역은 36시간동안 2미터에 달하는 눈이 내렸다. 

1996년 1월 미국 노스사우스 다코타주를 비롯한 미주리, 텍사스주 등에 폭설을 동반한 혹한이 불어닥쳤다. 섭씨 영하 31도를 기록한 날씨로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2월에는 사막지역인 텍사스에서 부터 오클라호마, 캔사스 등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 폭설이 내려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이어지고, 추수감사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유럽으로 넘어간 한파는 프랑스 테제베 고속철이 운행을 정지시켰다. 

1997년 12월 유럽의 갑작스러운 한파는 수많은 사건 사고를 불렀다. 불가리아 전역에는 혹한과 폭설로 상당수 지역의 교통이 두절되고 전력이 끊겼다. 버스를 기다리던 중년 여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등 4명이 죽었다. 

러시아 중부 툴라에서는 영하 31도의 혹한으로 밤사이 7명이 동사하고 8명은 화재로 사망했다. 흑해연안 휴양도시 소치에서는 24시간 동안 전기·난방·수도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건물의 나무계단을 뜯어 땔감으로 사용했다. 

영하 35도의 기록적인 한파가 엄습한 우크라이나와 다게스탄공화국 등에서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영국에서는 일부 학교가 한파로 임시휴교에 들어갔으며 독일·오스트리아·프랑스·스페인 등에서는 빙판길 교통사고가 잇따라 심각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1999년 연초부터 미국 중부와 동부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져 모두 39명이 사망했다. 시카고에는 강한 눈보라가 몰아닥쳐 67년 이래 사상 두번째인 55센티미터의 폭설이 내렸다. 항공편이 끊어지고 수십만명의 여행객이 미국 전역의 공항에 발이 묶였다. 

2000년대 들어 지구 온난화 문제가 제기되면서 폭설 문제는 짐짓 밀려났다. 차가운 지구보다 뜨거워지는 지구가 더 문제가 된다는 관점이다. 그리고 태풍 등의 다른 자연재해와 비교돼 21세기부터 폭설은 주요 재난에서 빗겨섰다. 

그러나 한국에 있어 기습적인 폭설은 대체로 농작물 피해를 주고 물류대란을 불러온다. 채소와 생선을 중심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다. 항공기 운항 차질에 따라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품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물류피해가 커진다. 택배회사의 경우 폭설을 맞으면 영업이 정지된다. 

독일 뮌헨재보험사의 자료에 따르면, 혹한, 폭설, 홍수 등 대규모 자연재해로 20세기에만 약 15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90년대 들어 지구환경이 훼손되면서 자연재해 발생 건수는 50년대에 비해 4.4배, 경제적 피해는 15.4배 증가한 것을 나타났다. 

--이 글은 <사이언스타임즈>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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